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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해외의 공구 시스템 글로벌 경제학 그리고 중국만두

한국에서 아줌마들의 큰 관심거리이자 일상인 공구

각종 맘카페나 카페나 그룹채팅으로 삼엄한 심의(?)를 거쳐 유익한 물건을 대량으로 싸게 팔고 사는 80~90년대 방판에서 발전된 형태의 신개념 소비문화이다.

한국에서는 워킹맘이라 너무 바쁘게 사는 바람에 맘카페활동이나 공구 같은 것에 관심도 참여도 못하고 살았었는데 똑똑한 친구 중에 공구로 제법 쏠쏠히 용돈을 버는 친구도 있었고 해서 대략적인 시스템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사람 사는데 다 똑같다고 이곳, 무려 사우디아라비아에도 공구가 있을 줄은???!!!

그것도 내가 처음 접한 품목은 다름 아닌 중국만두

우리 컴파운드 (외국인들이 모여사는 커다란 빌리지단지) 에는 레이디스클럽이라는 왓츠업 단체채팅방이 존재한다.

그 채팅방은 새로 이사 온 이웃을 환영하기고하고 파티정보를 주고받기도 하며 한국의 당근마켓처럼 물건을 사고팔기도 하는 다목적 공간으로 사용된다.

아무쪼록 이렇게 저렇게 알게 된 나의 이웃 아바니 가 처음 나에게 제안한 만두공구

중국만두라길래 듣자마자 솔깃했는데

브로슈어를 보자마자 이건 주문해야겠다 싶었다.

참고로 이곳에서는 맛있는 만두를 만나기가 하늘의 별을 따오는 것만큼 힘들다.

일단 돼지고기가 존재하지 않는 나라이고 인도, 파키스탄인들의 입맛에 맞춘 만두 (살모사)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아주 비싼 일식 교자집에나 가야 한 피스에 5000원이 넘는 그냥저냥 한 덤플링을 구경할 수 있다는 점...

한국마트에 냉동만두도 팔긴 하지만 당연히 돼지고기가 안 들어있는 수출용 만두고 이동 중 녹았다 얼었다 했기 때문에 상태가 안 좋기도 하고

어쨌든 그래서 주문을 해본다.

엄지손가락보다도 조금 작은 냉동만두 20개에 30-40 sar 이면 대략 한봉에 12000 - 15000원

주문을 모두 마치면 일주일에 한 번 벤에 아이스박스를 싣고 비지트 파킹구역으로 중국인 사장님이 직접 오신다.

한눈에 봐도 부자느낌 왕왕 나는 중국 여사장님

남편은 영국인이고 이곳에서 남동생과 만두를 팔고 있다는데 적혀있는 상호를 구글에 아무리 검색해도 가게가 검색되질 않는다.

가내수공업일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중국만두 신드롬

처음 시험 삼아 주문해 본 새우가 들어간 만두 두 봉지

남편을 의식해 페퍼라고 써져 있는 것도 주문해 보았는데 역시나 여기서 페퍼 스파이시 어쩌고 난리를 쳐도 별로 맵지 않은 게 딱 내 스타일!!!



초간장에 곁들이니 톡톡 터지면서 너무나 맛있다 😭

중국에서 공수한 재스민차까지 완벽 그 자체!

그리고 그다음 날 우리 집에서 완판 된 새우만두.....

내가 알기론 이날 거의 2000 리얄 치는 팔고 가신 것 같은데 레이디스들의 환호로 다음공구는 다음 주에 바로 다시 예약되고


두 번째 만두를 받으러 또 주차장으로 간다.

이번엔 아침으로 바로 먹어보려고 찐만두도 함께

만두를 받으러 가는 길에 공구의 주동자인 아바니를 만나서 같이 갔다.

그런데 만두 두봉을 건네받은 아바니가 계산을 하지 않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의 봉투에는 모두 빌라넘버와 이름이 써져 있는데 아바니의 봉투에는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는 점을 눈여겨본 결과 이것은 설마 뽀 찌????

내가 하는 의심이 합리적 의심이라고 생각하지만 애니웨이, 어디에서든 공구가 존재하고 뽀찌도 존재한다는 놀라운 글로벌경제학 의 발견 😀

남편의 피셜에 의하면 공구란 옆집이 사니까 나도 괜히 사야 할 것 같은 것, 나도 저 무리에 껴서 같이 분위기 타고 싶은 것, 같이 떠들고 싶은 것, 나만 뒤처지기 싫은 것, 그런 심리를 이용한 신박한 장사기법이라며 😂

척박한 곳에서도 나름 소소한 이벤트로 매일 즐겁게 지내는 나를 심심하게 칭찬해 주었다.


어쨌든 난 만두가 맛있으니 기쁘다 😂

혹시 이 노래 아시는 분

만두만두 맛있는 만두~ 🎵

https://youtu.be/z4d6ekjE1u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