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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항공 호텔

이집트 샤름엘셰이크 공항 라운지 후기


시작 전

이 글은 추천이 아니라 최악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먼저 말하고 시작한다.

시간 없는 분들은 글을 패스하고 바로 버거킹을 찾아가시기를 바라며 시작


집에 돌아가기 위해 이집트 샤름엘셰이크공항 에 왔다.

저녁을 먹기 위해 라운지부터 찾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리니 무언가 나오기는 나왔다.



일단 쓸데없이 넓고


딱 봐도 먹을만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



내가 사진을 잘 찍는 편이라는 걸 오늘 알았네

지나치게 괜찮아 보이게 나온 사진



뭘 구경하러 가면 직원이 쫓아다니는 통에 사진을 제대로 못 찍었다.

무언가 전기를 꼽아뒀지만 전혀 보온기능을 하지 않는 수프통에는 정체 모를 차가운 크림과 양파국물 같은 게 들어있었고 파스타는 위에 부을만한 소스도 없이 면만 볶아져 있었다.

그리고 치킨과 커리가 있었지만 그쪽메뉴에는 트라우마가 있어서 시도하지 않는다.



음식을 진열해 두고 왜 다 랩핑 해둔 건지 모르겠는데 말을 하면 가져다주기는 한다.



면뿐인 파스타와 빵 몇 가지를 주문했는데 빵은 손으로 집어보자마자 먹기를 포기했다.

파스타는 무 맛

이상한 맛이 나는 것보단 이게 나을 수도 있다.


쇼윈도의 도넛을 주문해 본다.

피곤하니까 초코링도넛


맨 아래칸에서 가장 오래된 것 같은 것을 꺼내준다.

남편이 무슨 맛이냐고 묻는다.
빵은 스펀지맛, 초콜릿은 촛농맛

이보다 더 정확한 표현이 있을까?

수프에 입을 대는 날 보더니 모험정신이 강하다고 칭찬해 주며 자신은 이곳에서 아무것도 먹지 않겠다고 말한다.

그의 앞에는 코카콜라 한 병이 놓여있었다.

내가 수프에 도전한 것은 혹시 문제가 생기면 올인크루시브에서 이것저것 먹어댄 음식을 집에 가서 토해낼지도 모른다는 희망 때문이었는데 그 희망마저 사치였던가?

한 방울 이상 넘기기 힘들었던 차가운 수프들



스펀지와 촛농을 분리해 보았다.

집에 돌아갈 에너지를 비축하기 위해 카카오맛 촛농이라도 먹어보려 했지만 비루한 나의 비위가 거부한다.


5살이면 어떤 시리얼도 즐겁게 먹을 수 있지 않을까?

딸이 스스로 레버를 돌려 재미있게 받아와서 한입도 먹지 않은 시리얼을 한입 깨문다.

남편이 또 묻는다 무슨 맛이냐며

응 말 사료맛

말 사료를 먹어본 적은 없지만 왠지 이런 맛일 것 같다.

나는 한 조각을 채 삼키지 못했다.


여전히 쓸데없이 넓은 이곳을 우린 빠르게 퇴장하기로 결정한다.


오는 길에 버거킹을 봤으니 거기로 가야만 한다.


오.........



리조트에서 차가운 러시아 아이들에게 치이던 우리 딸은 이 조악한 놀이기구에서 영어를 구사하는 친절한 인도아이들과 친구가 되어서 너겟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며 신나게 놀았고



나는 감격스러운 미국맛을 영접했다.

버거킹 패티에서 나는 특유의 불맛과 미국 피클맛을 느꼈을 때 눈물이 날 뻔했다.

그리고 프렌치프라이도 마구 집어먹는다.

며칠 동안 내 식단의 탄수화물을 매끼마다 담당한 감자튀김 탓에 내 뱃속에서 감자덩굴이 자라는 느낌이다.

어쨌든 버거 1개와 너겟 1봉, 감자튀김과 콜라가 19$이라는 사실만이 충격적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