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날씨가 맑은 주말
머나먼 한국에서 친정엄마도 오셨는데
그동안 궂은 날씨 때문에 제대로 관광을 못 시켜드려서
고민고민하다 고른 장소 riyadh the groves
사우디가 항상 더울 거라는 편견은 버려야만 한다.
여기도 겨울이 있고 춥기도 하고 비도 온다는 점
하지만 이번 겨울은 유독 길고 유독 춥고
유독 비가 엄청 온다.
한국의 장맛비처럼 며칠 연속으로 비가 오는 날도 잦아서 국가에서 재난문자가 계속 오는데 이것은 알라의 축복이란다 하하
모든 상황에 대해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점이 본받을만하다.
https://youtu.be/DrVatgmyAfg
사실 난 이곳에 조금 가보고 싶었다.
입이 떡 벌어지는 화려한 홍보영상에 속은 적은 한두 번이 아니지만 그래도 궁금했는데 사우디의 실상을 잘 아는 남편은 분명!! 분명코 별거 없을 거라고 강조했다.
어쨌든, 입장료가 인당 70 리얄 (한화 약 25000원)이니 4명이면 금세 10만 원이네
심지어 블러바드 같은 곳은 입장료가 인당 무려 200 리얄이다 (65000원)
블러바드는 예전에 가보았지만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서 또 돈을 엄청 쓰는 시스템이고 한국에 비교하자면 크게 볼 것도 없는 데다 안에 상점만 가득하고 레스토랑, 돈 내고 이용하는 놀이시설이 전부이다.
많은 사람들이 돈 쓰러 돈 내고 들어가는 이 시스템에 대해 의문을 품는데 중동 전문가 남편이 이것에 대한 그럴듯한 이유와 답을 찾아냈다.
자신의 생각이기는 하지만 높은 입장료를 받지 않으면 아무나(?) 들어갈 수 있어 청정유지가 안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듣고 보니 일리 있는 말인 것이 이 나라에는 엄청난 인구의 노동자들이 살고 있지 않은가?
인도,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노동자들을 줄여서 인스방파 라고 부르곤 한단다.
하지만 사우디의 중산층 이상은 그들과 한 공간에 섞이는 것을 싫어하고 실제로 입장료가 10 리얄 (3500) 원인 로컬 동물원에 방문한 적이 있는데 끝도 없는 줄 ..... 그리고 그 줄을 쉴 새 없이 새치기하는 사람들 때문에 진절머리가 났다.
질서라고는 1도 없고 아무 데나 앉아서 먹고 끼어들고....... 그러고 보니 차라리 입장료를 내고 그들만의 리그에서 조용하게 즐기자 하는 마음이 이해가 된다.
그런데 우리는 사우디 부자가 아니니 어쨌든 입장료가 무척 아까웠다.

들어가자마자 남편은 이럴 줄 알았다며 ㅎㅎ
3개의 레스토랑과 죽 늘어선 카페가 다였음.....
상점이 있다고 해서 쇼핑이라도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주 작은 상점 3개 정도?... 들어가 보지도 않았다.

일렬로 있는 부스형 카페

이렇게 앉아서 불멍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그래도 해가 지면 좀 볼만하겠다고 생각하며 걸어 다니는데 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카페직원들이나 상점 점원들이 한국말로 인사해 주면서 너무 예쁘다고, 시리어스리 너무 아름답다고 극찬해 줘서 자존감 뿜뿜
기분이 울적한 날에 70 리얄 내고 여기 와서 자존감 채우고 가는 것 도 나쁜 선택은 아닐 듯하다.
참고로 한류와 한국드라마, 한국 아이돌 열풍으로 이곳에선 K붐이 엄청나고 눈코입 아무렇게나 달린 한국여자들도 얼굴만 조금 하야면 연예인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아주 좋은 나라다.
여기서 이렇게 살다가 한국 가서 인천공항 내리자마자 수직하강하는 자존감 ㅋㅋㅋㅋㅋ
우리 딸은 왜 사람들이 우리한테 세이헬로 안 하냐고 왜 예쁘다고 안 하냐고 어리둥절하기까지 한다.
여기 사는 동안 이 분위기를 충분히 더 즐기는 걸로...

저 카페를 내려가면 보이는 센터의 이탈리안 피제리아
이것을 포함하여 레스토랑이 3개 있는데 안에서 공연 퍼포먼스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미니멀차지가 있음

우리는 식사 후 방문했기 때문에 커피를 마시기로 한다.
약간 쌀쌀한 날씨 + 해 질 녘 = 당연히 핫초코 다.
게다가 마시멜로가 콕콕 박혀있다니 너무 매력적이네
남편은 커피를 마시고 딸은 생과일 아이스크림을 골랐다.

조금 있으니 해가 지고 드디어 영상에서 보던 그 그림이 나오기 시작했다.
나무에 조명을 쏘아서 나름 동화같이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 중
노랑 초록 분홍 보라 파랑.....
불빛이 초록으로 변했을 때는 옆에 있는 남편이 순간 슈렉으로 보였다.

고새 또래아이들을 찾아 다가가 같이 어울리는 친화력 갑인 나의 딸
꼭꼭 숨어라 하고 한국아이들과 다를 바 없이 금방 사귀어서 금세 같이 뛰어논다.
아이들은 모두 영어를 잘하는데 숫자를 셀 땐 아랍어로 센다.
다행히 우리 딸도 인텐시브 클래스에서 아라빅을 열심히 배우는 중이라 이질감 없이 잘 어울려 놀아서 너무 다행이다.

기억나나요?
아까 유튜브 홍보영상에서 보던 그 성전 같은 곳
그래도 나름 멋지다!!

조금 생뚱맞지만 크리스마스 느낌이 나는 장식도 볼 수 있다.
작년만 해도 거리는 물론이고 어디에서도 크리스마스 시즌을 느낄 수 없던 나라인데 한 해가 다르게 분위기가 바뀜을 체감한다.
올해는 꽤 많은 마트나 몰에 크리스마스 장식도 하고 오너먼트를 판매하기도 했다.
그리고 서운하지만 정말 이게 다였다.
규모(?)라고 하기도 민망한 이곳의 크기는 약 음.....
서울의 어디와 비교해야 할까?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만 한 면적?...... 에 식당 3개 카페 몇 개 끝 ^^
낭만이 없는 남편은 계속 70 리얄이 아깝다고 비 맞은 중처럼 중얼거렸지만
그래도 한 번쯤은 가볼 만했던 곳이라 생각한다.

나오는 출구 쪽에 있던 VIP부스
발레파킹을 한 고객들이 이용하는 라운지이다.
참고로 발레파킹 요금은 300 리얄 (한화 10만 원)
부자들의 어나더월드 ㅎㅎ
하지만 부자들이 누릴 것이 이런 것뿐이라는 것이 어쩌면 슬프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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